흰 곰팡이 핀 돼지고기, 예술작품이 되다

입력 2018-12-24 13:43  

존쿡델리미트의 에쓰푸드…한남동에 '살라미 뮤지엄'

이탈리아식 드라이 소시지 살라미
고기에 향신료 넣고 건조·발효
전 생산 과정 직접 볼 수 있어

이베리코 하몽, 모타델라 햄도
요리 맛보고 구매도 가능



[ 김보라 기자 ]
“흰 곰팡이 뽀얗게 핀 돼지고기 보셨나요? 아직 낯선 광경이지만 국내 축산업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살라미 뮤지엄’을 열었습니다. 누구나 살라미가 발효되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맛볼 수 있도록 했지요.”

조성수 에쓰푸드 대표(41·사진)는 24일 서울 한남동 ‘살라미 뮤지엄’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에쓰푸드는 1987년부터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의 선두를 지켜온 육가공 전문기업이다. 이탈리아 장인의 기술을 들여와 특급 호텔에 프리미엄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을 납품하며 시장을 열었다. 조 대표는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조태철 회장의 뒤를 이어 2013년부터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존쿡델리미트’라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에쓰푸드는 지난해 국내 육가공시장(약 9500억원 규모)에서 매출 1448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냈다.

살라미는 이탈리아식 드라이 소시지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살코기에 돼지기름을 넣고 소금과 후추 등 향신료를 넣어 간을 맞춘 뒤 최소 30일 이상 건조시킨 육가공품이다. 유럽에서는 목초지가 많아 남아도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오래 보관해야 했기 때문에 발효와 가공 기술이 크게 발달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각 지역에서는 하몽, 파스트라미, 코파, 판체타, 살치차, 비어슁켄 등 수십, 수백 가지의 육가공품이 존재한다.

조 대표는 “한국에서 돼지고기는 구워 먹기 좋은 삼겹살과 목살, 항정살 등 선호 부위를 제외하고 퍽퍽한 살 등은 비선호 부위로 버려졌다”며 “축산 기술이 발달하고 외국의 식문화가 유입되면서 국내에서도 육가공품들을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살라미 뮤지엄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열려 있다. 30일부터 180일까지 건조 숙성, 발효되는 살라미를 직접 볼 수 있다. 마치 카망베르나 브리치즈의 겉면처럼 유산균 흰 곰팡이가 피는 공간을 볼 수 있다. 1층에 운영하는 ‘더 샤퀴테리아’에서는 이베리코 하몽, 모타델라 햄 등을 중량별로 구매하거나 레스토랑처럼 즐길 수 있다. 에쓰푸드는 최고급 고기 요리를 선보이는 청담동의 미트퀴진, 한남동의 더 사퀴테리아와 살라미 뮤지엄, 성수동 성수연방에 내년 3월 문을 여는 ‘팜프레쉬 팩토리’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혀갈 계획이다.

조 대표는 요즘 축산 농가들과 ‘팜프레시 무브먼트’라는 새로운 운동을 펼치고 있다. 무항생제, 동물복지 등을 통해 건강한 고기를 생산하는 목장들을 발굴해 ‘팜프레쉬 지정 농장’으로 지정, 이들의 고기만 납품받는 형태의 생태계 구축 프로그램이다. 강원 횡성 설성목장, 충남 홍성 성우목장, 경기 이천 성지목장, 스페인 몬테사노 등을 지정해 원료육을 공급받고 있다.

그는 “건강한 고기가 건강한 식품을 만들고, 건강한 식품이 건강한 사람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이 운동을 시작했다”며 “뜻을 같이하는 목장에 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에쓰푸드는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 유통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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